“취업길 틀어막고 협박하는 그 자식보다 취업시켜놓고 압박하는 내가, 차라리 낫지 않습니까?” 잘근잘근 씹듯이 내뱉는 말투가 일갈하듯 되물었다. 현서는 여린 입술 안쪽을 지그시 깨물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두 남자 사이에 껴 오도 가도 못 하는 장난감 인형이 된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게 딱, 현실이라 더 화가 났다. “하룻밤 상대치곤 참견이 과하시네요. 누가 더 나을 게 있나요? 난 둘 다 별론데?” 견고했던 그의 표정에 일순 균열이 일어났다. 동시에 팔을 휘어잡는 힘에 놀라 작은 비명이 삼켜졌다. “하, 그 새끼랑 나랑 그렇게 저울질하면서 사람 환장하게 하더니, 결국 내린 결론이 그겁니까?” 조금 전 도발이 아주 오랜 이야기처럼, 단숨에 기가 눌렸다. “…아파요. 팔…놓아요…” 잡아 삼킬듯한 그의 시선이 매서웠다. 살기등등해 보일 만큼. 팔을 놓아주는가 싶었던 그의 손이 어느새 뒤통수에 올라와 있었다. 지그시 누르는 힘에 속절없이 얼굴이 그의 턱 앞에 닿았다. “그럼 똑같이 해 봐. 나랑 그 새끼랑 똑같다면서, 그 새끼한테는 입술도 줬잖아.” 오만하고 완벽해 보였던 남자의 눈코 입이 사정없이 들끓고 있었다. “내가 좀 괜찮은 놈인 줄 알았는데 그쪽 만나면서 확실히 알겠네. 완전히 글러 먹은 새끼인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