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타적인 멍청함이다.
부임 첫날, 그는 자신을 침입자인 줄 알고 냅다 제압해 버린
‘호구’의 아이콘 진의진과 만나 사사건건 부딪친다.
아둔한 사람을 보면 알레르기가 돋는 그는,
진의진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와중에
그에게 출생의 비밀을 들키게 된다.
늘 그랬듯 입을 다무는 대가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 협박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남의 약점을 쥐고도 바라는 게 없는 녀석.
이 새끼를 어떻게 하지?
* * *
“넌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 제일 불행한데, 안 불행해하더라.
멍청하게. 아무나 덥석 잘 믿고, 굴하지도 않고, 잘 웃고.”
“…….”
“그런 너를 안 쳐다볼 순 없었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끝내 의진의 떨림 가득한 숨결이 멀리 흩어졌다.
권주원이 하려던 말이 이런 것이리라곤 꿈에도 예상 못 했다.
“그 말씀, 저를 엄청 좋아하신다는 말씀처럼 들리거든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렇게 들릴 거 아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