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탐욕과 욕망만 남은 노쇠한 왕. 야심을 품은 왕세자와 권력을 손에 쥐려는 중전. 그들을 둘러싼 채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곳, 예국. 그곳에 밤의 주인 ‘흑월’이 있었다. 새까만 어둠 속 유난히 새하얀 반쪽 얼굴. 칠흑 같은 머리. 육 척도 훨씬 넘는 길고 단단한 몸을 한 치의 틈도 없이 검은 무복으로 감싼 그는 서가의 주인, 서원우이자 흑월이었다. 비상한 능력으로 약관의 나이에 예국의 학사 자리에까지 오른 원우는 공주의 강론을 맡아 궁을 드나듦과 동시에 세자와 긴밀한 교류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사람을 모두 미쳐 버리게 한 왕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그런 원우 곁에서 그림자처럼 그를 보필하는 여인, 영. 신분을 숨겨야 하기에 무사로 위장한 채 자신 곁에 머무는 그녀에게 원우는 죄책감, 고통스러운 욕망,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으리란 간절함을 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국이 모시는 대국에서 찾아온 사신이 갑작스러운 요구를 한다. 서원우 학사와 그의 약혼녀를 태자가 보고 싶어 하니 긴히 방문해 달라는 것. 하지만 그와 약혼녀, 예령은 오직 반정을 위한 계약적 관계이자 그녀는 윤씨 가문을 이끄는 수장이었기에 절대 예국을 떠나선 안 되었다. 결국 그들은 누구도 신분을 모르는 영을 예령으로 둔갑시키기로 한다. 그렇게 예령으로 분한 영은, 10년 만에 남자 무사로서의 모습을 버리고 아리따운 여자로서 원우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