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 순위에 오를 만큼 크나큰 성공을 이뤘지만 욕망이 끝이 없는 리준. 이복형이 보고 싶어 공보의로 일하는 남해 섬을 방문했다가 가람과 조우한다. 희귀병이 발병해 감정들을 심하게 느끼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가람. 무인도에서 자라며 감정 절제를 넘어 도인 같은 존재가 된다. 계속 무념무상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가람 앞에 감정을 깨워내는 남자 리준이 나타난다. 투명하리만치 새맑은 얼굴빛, 천연화장품이라도 바른 듯이 또렷한 눈매와 입매, 오밀조밀하게 빚어진 이목구비를 담은 계란 같은 얼굴형의 여자가 리준을 고요히 응시하는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후드득 머리를 털어낸 리준은 자신에게 애써 거만하게 변명했다. 저 정도 외모야 발에 챌 지경으로 만나봤던 걸 뭘, 4월달엔 여자들을 멀리하다 보니 금단증세 같은 게 온 모양이네. 나보다 몇 센티밖에 안 작겠네, 여자 키가 적당히 커야지 너무 크면 별론데. 근데 어떻게 날 보고도 저렇게 무표정일 수 있지? 눈빛은 또 왜 저래? 흡사 죽은 사람처럼 텅 비어 있는 거 같잖아. 그렇지만 보이는 것만큼 매끄러울지 알고 싶긴 하다, 얼굴뿐 아니라 다른 곳들도……. “아악!” “당장 우리 섬에서 떠나십시오, 죽기 싫으면.” “좋은 말로 할 때 놔아! 이거 안 놔! 빨리 놔아! 놓으라구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