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의 사자인가…….” 소하는 자신이 목도한 것이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다는 사자일 거라 생각했다. “멈추…어라…….” 비록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아 무릎은 꿇었으나, 죽음 앞에 무기력하게 목숨을 내어 주고 싶진 않았다. 소하가 백사의 사자라 착각했던 자는 백사의 유일한 마을 사호(沙狐 사막여우)를 다스리는 족장 후륵의 딸, 예아였다. 옷깃을 꽉 부여잡고 사력을 다해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하를 예아가 무덤덤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걱정 마. 안 죽어.” “사호족은 백사에서 만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아.” 그날,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