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앞의 장면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나 죽음이 코앞에 이르고 자신의 무덤을 목격하게 되자 공자는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이제 공자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생존이다. 그래서 공자는 품위와 존엄성을 제쳐두고 선제후 부인과 나탈리에 공녀에게 구명을 간청하게 되는 것이다. 꿈속에서 이상을 좇아 망상적으로 살아온 공자의 동화적 삶은 뒤집히고 공자는 실제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자아의 토대를 잃은 것이다.
선제후의 서신을 받고 내용을 곱씹으면서 공자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 공자는 법을 인정하고 또 최종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라 죽기로 작정하는 단계를 거쳐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인다. 선제후의 위엄과 전시의 법이 더는 공자의 감정과 대립하지 않게 된다. 공자가 자신에 대한 사형선고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에게 “성스러운” 법을 위해 자유의사에 따라 죽기로 작정하기 때문에 선제후는 공자를 사면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모든 문제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