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이젠 놔주지. 손을 붙들릴 필요도 없고, 돈도 갚지 않아도 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놓아줄 테니 힘껏 도망가.”
연희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속내를 볼 수 없는 탁한 남자의 눈동자는 심연처럼 깊어서 안쪽이 보이질 않았다.
“만약에 말이야. 너무 힘들면, 살려 달라고 한 번만 말해. 그럼 내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을 테니까.”
잿빛 하늘 아래서만 살아온 여자, 이연희.
결혼식 날 남편이 될 남자의 배신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심장마저 차가운 남자, 우견하.
눈을 뗄 수가 없는 여자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제안을 했다.
이제 다신, 서로를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었다.
서로를 향한 뜨거운 숨결을 느껴버린 이상…….
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