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자신이 키스도둑이라는 사실은 알았던지 금세 뒤돌아보는 놈의 면상에 은경은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의 쓰레기들을 뿌려버렸다. 냄새나는 오물이 머리부터 서서히 흘러내리자 놈은 눈을 꼭 감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오물을 뒤집어 쓴 채로 서 있었다. 그제야 은경은 통쾌하게 웃어젖히며 한마디했다. “아가야, 앞으로는 사람 봐가면서 장난질해라. 알았냐?” 충고까지 해준 은경은 도둑놈이 어떤 표정을 짓든 상관하지 않고 윤정이 기다리고 있는 회사 앞으로 걸었다. - 그녀의 복수 발췌글 은경에게 싹수없는 말을 내뱉으며 망신을 주고 있는 놈은 다름 아닌 길거리에서 은경의 입술을 빼앗아 달아났던 그 키스 도둑놈이었다. “야, 이 도둑놈아. 너 왜 여기 있어? 네 정체가 뭐야?” 갑작스런 은경의 목소리에 직원들은 저마다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그녀를 잡고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도둑? 내가? 뭘 훔쳤는데?” “뭐? 그건, 그건…….” “그건 뭐? 정민석 사장님, 어째 이번에는 직원을 잘못 채용하신 것 같습니다.” 은경을 향하고 있는 눈길을 치우지도 않은 채 키스 도둑놈은 단호한 음성으로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갑자기 뭔가 실수한 것 같은 기분이 은경의 전신을 휩쓸었다. “최은경 씨, 백 실장과 아는 사이인가요?” “네? 아니 그게, 저, 그러니까…….” 난감했다. 은경은 이 사람 많은 회식 장소에서 입술을 빼앗겼다는 것을 모두 까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억울하게 당하자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젠장, 이 사람들에게 저 백 실장이라는 인간이 길거리에서 키스하고 도망간 도둑놈이라고 말하면 믿어줄까?’ 키스 도둑놈은 ‘네가 그 말을 어떻게 하겠어?’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었다. “자자, 이러지 맙시다. 앞으로 혼연일체가 되어야 할 부서장과 직원이 이런 식으로 첫 대면부터 얼굴 붉히는 거 서로 껄끄럽지 않겠어요?” “네?” 이번만은 도둑놈과 은경이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둘 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너무나 태연스럽게 말하고 있는 정민석 사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하, 노……놀라긴. 그렇다면 정식으로 소개를 하지. 백 실장님, 앞으로 백 실장을 도와줄 여직원 최은경 씨예요. 그리고 은경 씨, 이쪽은 은경 씨가 너무나 기다리던 상사 백산호 실장입니다.” “누구 맘대로 부하직원이라는 겁니까?” “백산호요? 피바다가 아니라요?” 서로를 노려보는 은경과 백산호의 눈빛에서 강한 스파크가 파바박 소리를 내며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