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오리지널 판 『투명인간』”
“웰스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1984』를 쓴 조지 오웰의 이 말에는 『투명인간』의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를 향한 감탄과 존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SF 소설의 창시자’라 불리며 문학은 물론, 과학과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웰스는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깊이 고민하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투명인간』은 그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력을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풀어낸 작품으로, 주인공 그리핀은 근현대 들어 창작물에 등장하는 최초의 ‘투명인간’이다. 1897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호기심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엄청난 판매 성과를 올렸고,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SF 소설이라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억압된 욕망을 분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성,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공포, 나와는 다른 존재를 ‘사냥’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희대의 문제작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못된 짓을 하다 궁지에 몰려 죽은 사나이” 인가
“세상에 둘도 없는 재능 있는 물리학자”인가?
그 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투명인간』은 미국 펭귄북스 판본인데, 미국 판본은 영국 오리지널 판본과 여러 곳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는 같은 영어라 해도 두 나라간 문화적 차이에서 달라진 고어古語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있었고, 미국 편집자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전개의 오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다. 조지 웰스는 내레이터의 입을 통해 ‘세계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투명인간)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애도하는 뉘앙스로 작품을 끝냈다. 하지만 미국 판에서는 이 부분을 절반으로 뚝 잘라, 마치 한 못된 사내의 광란의 소동이었던 것처럼 작품을 끝내고 있다.
결국 대부분 미국 판을 원저로 알고 번역한 국내 번역본은 미국판의 오류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셈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차이가 결국 『투명인간』이라는 책에 대한 기본 소개마저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던 셈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역자 해설에 소개되어 있다.
‘재능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의 이야기로 되돌릴 시간
영국 오리지널 판본 뒤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투명인간』은 과학 소설의 철학적 측면을 살펴보고
오직 상상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는 주제에 대한
문화적 비판을 제공한다.
어린 시절, 흥미 위주의 요약본으로 더 많이 읽혔던 『투명인간』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시간이다.
1866년 영국 켄트주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여러 차례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했지만, 뒤늦게 학업에 정진하여 런던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과학교사로 일하는 한편, 대중잡지에 과학소설을 연재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895년 발표한 『타임머신』으로 큰 인기를 누렸고, ‘과학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우주전쟁』 『투명인간』 『모로 박사의 섬』 등 공상과학소설이라 일컫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지금까지도 세계사 입문 도서로 호평받는 『세계사 대계』(전3권), 이를 더욱 간결하고 쉽게 풀어쓴 『세계사 산책』을 출간하여 스테디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정치·사회 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아우르는 글을 남겨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불렸다. 100권이 넘는 작품을 남기고 1946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가이며 번역가이다. 의역이 오랜 관행이 된 번역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여,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직역했다. 쉼표, 마침표까지 원문장 구조를 그대로 살린 번역이 원작과 원저자의 생각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였다.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이후 그는 여전히 직역을 주장하며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해냈다.
그간 지은 책으로는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방인』,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1984』, 『위대한 개츠비』, 『투명인간』, 『동물농장』,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