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도호장(桃湖莊)에서 10년째 은둔생활 중인 검우와 유하. 그림 같은 곳에서 한 쌍의 비익조처럼 서로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부부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온다. 본가의 대회합에 형주로 참석하라는 전갈을 받은 검우는 가주 자리에 미련이 없다며 거절하지만, 유하는 오래전 등선하신 스승이 꿈속에서 나타나 서둘러야 한다며 세상이 핏빛에 물든 예지몽을 꾸게 된다. 그리고 둘은 이를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길고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두려웠소. 그대를 무사히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무서웠소.”
“소첩은 믿고 있었는걸요. 반드시 소첩을 찾아오시리라, 믿었습니다.
가군은 절대로 소첩을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리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 믿음이 절 버티게 했습니다.
소첩의 믿음대로 우랑은 포기하시지 않고 절 찾아내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어찌 그대를 포기할 수 있겠소?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오.”
김경미
2002년 『그린 핑거』로 데뷔했다. 같은 해 『카사블랑카』를 시작으로 『야래향』, 『노란 우산』, 『청애』, 『눈 노을』, 『위험한 휴가』, 『매의 검』, 『화잠』, 『어긋난 휴가』, 『웨딩돌 하우스』를 냈다.
한땀 한땀 바느질해 인형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몸과 마음 아픈 곳 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소박한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