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맞았다. 가두면 갇혔다. 짐승만도 못한 대우에 그대로 굴복하고 살았다, 예지안은. 스무 해가 넘도록. 태어난 게 죄라서, 그 모든 걸 그저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아날 기회가 생겼을 때, 바라거나 꿈꿨던 선택이 아니라도 붙들었다. . . . 세상을 전부 가질 수 있다 해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켜 내지 못한 존재에 대한 슬픔이 사무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최서혁은. 그저 그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덫을 놓았고 걸려든 게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누가 더 아프게 물릴지 모르고. . . . 그 섬을 사 버린 건, 그 섬에서 나눈 시간들이 그대로 봉인되길 바라서였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서로를 탐하고 마구 젖어 들고 함부로 더럽혀져도, 아니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고 또 핥아,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못해도. 그건 딱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그러나 그 계산이 틀렸다. 그동안 그를 살게 했던 집념의 대상도 방향도 다 바뀌고 말았다. 라 륀느 드 미엘. 그 농밀한 시간들, 그 뜨거운 순간들에 그는 잡아먹혔다. 그녀를 잡아먹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