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만이라면 가져도 좋아.” 무언가를 원할 열정조차 사치였던 서승주가 처음으로 탐한 것은 자신의 상사, 강태하였다. 언젠가는 잔인하게 끝나 버릴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승주는 태하가 내민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다가온 잔인한 이별의 코앞에서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승주는 배 속에 그의 아이를 품고도 도망친다. 그가 절대 자신과 아이를 찾지 못하도록. 다시는 그와 마주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 * * “서예준. 아니, 강예준인가?” “……예준이 당신 아이, 아니에요.” “그렇게 많이 붙어먹었는데, 아닐 리가.”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강태하는 승주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 왔다. “네가 아이와 함께할 방법은 하나뿐이야.” 느른하게 뱉어 낸 그가 긴 손가락으로 가늘게 떨리는 승주의 입술을 쓸었다. “나와 결혼하는 거.” 마지막까지 발악해 봐. 어차피 넌 내게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승주는 어느샌가 태하가 던진 올가미에 갇혀 있었다.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완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