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은 진리일까? 과학의 한계와 의미에 대해 논하는 최고의 과학철학 입문서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자. 과학 시간에 혀의 미각 분포도를 공부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달고 짜고 시고 쓴 네 가지의 맛을 공부하던 것은? 실험시간에 단맛을 혀끝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해 혼났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 그 시절의 과학 선생님께 억울함을 호소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이 옳았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감칠맛이 추가된 다섯 가지 기본 맛이 있다는 것과, 모든 맛을 혀의 모든 부위에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방 맛이라는 제 6의 맛이 추가될지도 모른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사실은 모두 틀렸던 것이다. 이렇듯 과학 이론은 계속해서 발전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배우는 과학은 무슨 소용인가?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우리는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로 대변되는 현대 물리학의 대답을 들을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과학자들은 어떤 태도로 과학을 계속해야 하는가? 과학이 세상을 정확하게 설명해낼 수는 있는 것일까? 어차피 이런저런 연구 후에는 폐기될 이론이라면, 어떤 이론이 옳고 어떤 이론이 그른지를 우리는 무엇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까?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는 이와 같은 질문으로 과학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과학의 의미와 그 한계, 과학의 역할 등에 대해서 저자는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제시한다. 과학철학의 대가인 포퍼나 쿤의 논의에서부터 시작해 과학과 유사과학의 차이점, 과학 이론의 발전, 과학적 성취와 과학의 진실성 문제 등 과학과 얽혀있는 주제를 다루며 저자는 과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과학은 철학에서 시작해 예술에서 끝난다” 그렇다면 과학은 철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유명한 철학자였던 윌 듀란트는 “모든 과학은 철학에서 시작해 예술에서 끝난다. 과학은 가설에서 피어올라 성취를 향해 흘러간다”는 말을 남겼다. 과학의 끝이 예술이나 성취일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과학이 철학에서 시작한다는 말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과학은 필연적으로 철학과 함께한다. 과학은 현상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 본성이나 자유의지 등 일반적으로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과학은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에서 르윈스 교수가 자유의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흥미롭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행동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욕구를 느끼기도 전에 그 행동에 대한 준비를 먼저 한다고 한다. 이것은 자유의지가 허상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욕구 이전에 그 행동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과연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학은 16세기부터 이어진 자유의지 논쟁을 종결시킬 수 있을까? 현대에서 과학이 가지는 입지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우리는 달과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특정 게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며, 우주 탄생의 순간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과학이 정말로 “진실한가”, 혹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아직 의문이다. 또한, 이런 과학이 우리의 철학적 문제를 진정 해결해낼 수 있는지 역시 궁금증이 인다. 이런 궁금증을 공유하는 독자라면,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는 과학과 과학의 의미에 대해 폭넓게 사고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