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해파리

· Kyobobook M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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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SF의 기수 전삼혜 작가, 8년 만의 SF 소설집 세상을 이루는 작고 반짝이는 것들 전삼혜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별일 아닌 작은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것을 문단문학에서는 ‘소품(小品)’이라고 부르는데, 소품이라는 말 속에는 ‘별거 아닌 내용’이라는 뉘앙스가 은연중에 끼어들어 있다. 작고 평범한 사람들의 작고 평범한 얘기는 별거 아니라는 소리다. 소품이 아닌 대작, 뭐... 《태백산맥》이나 《토지》 같은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통시적으로 세상을 가로지르는 작품을 써야 대작이라는 얘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제인 오스틴과 같은 여성작가들이 항상 마주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이름이었다. 여성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작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고 쓸모없다는 식의 폄하. 전삼혜의 소설은 그런 폄하에 정면으로 들이댈 수 있을 놀라운 ‘소품’이다. 전삼혜의 소설이 이토록 크면서도 작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이 사실은 작고 소박하다는 사실을 작가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삼혜의 소설 속에서는 악당도 거대하지 않고, 선인도 거대하지 않다. 심지어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 악당조차도 그 욕망은 어이가 없을 만큼 소박하다.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아간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작고 사소한 실수를 회복하기 위해서, 작고 사소한 일들을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삼혜 작가가 청소년 소설을 오래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빛나는 사소함에 있을 것이다. 청소년 시기가 가장 빛나는 이유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축적해서 빛나는 자기 세상을 구축해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이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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