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는데도 아르눌프 백작님이 받아 주실까?’ 국왕이 주선한 ‘늑대 백작’과의 원치 않는 혼약에 결국 아이다 공작의 딸인 엘리노오라의 대역이 된 사생아 리사. 공작으로부터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초라한 꼴로 성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그와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아이다...... 공녀님?” 자신의 모습에 수런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리사는 혹 제 정체를 들키진 않을지 두려움에 떨고. 식을 마친 두 사람은 신방으로 향하는데....... * * * “옆방에 증인이 있다.” “아.” 리사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받아들이면 나중에 초야를 핑계로 결혼 무효를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야.” 백작이 말했다. 리사는 겁먹은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백작의 시선이 리사의 입술에서 목덜미, 가슴을 훑고 긴장으로 오르내리는 아랫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손바닥을 댔다. “아......!” 리사의 목구멍에서 쾌락이 뒤섞인 신음이 솟았다. “목을 물린 토끼 같은 얼굴을 하고 있군. 내가 그렇게 무서운가?” “아뇨.” 리사는 꺼질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백작이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나가도 갈 곳이 없었다. “저는, 결혼을 하러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