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안에 아직 친구가 있어서요…….” “후…… 김수빈 씨.” “네. 팀장님…….” “좋아합니다.” “……네?” “나 김수빈 씨 많이 좋아합니다.” 오뚝이처럼 힘들어도 다시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서는 긍정적이고 파이팅 넘치지만 아직은 고작 24살이기에 수빈은 삶이 주는 무게가 너무나 힘들다. 특히 자신을 하루라도 갈구지 않으면 사는 낙이 없는 사람 같은 저 악마 남재현 팀장 때문에 더더욱 사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뭐라고? 그게 다 날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하……. 그래서요.” “네……?” “팀장님이 저 좋아한다고 말하면, 제가 얼씨구나 좋다고 받아들일 줄 아셨어요?” 그저 진심을 다해 고백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보다. 하……. 나란 놈은 왜 이 따위밖에 안 되는 거냐……. 연애고자 까칠한 상사와 연애 순딩이 여사원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 [본문 내용 중에서] “어…… 팀장님 하실 말씀이라도…….”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 그가 마른 입술을 혀로 쓸며 달싹이고 있었다. “나 수빈 씨 많이 좋아합니다. 이런 날 받아 달라고 조르는 거 아니네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날…… 고백했을 때 가볍게 한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진심……입니다. 그것만 알아줬으면 해요. 상처받은 수빈 씨 눈빛이 잊혀 지질 않아서요.” “팀장님…….” “나 용서해줄 수 있나요……?” 진지해진 이 공기가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어색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용서해 달라는 재현의 속 깊은 이야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아 버린다. 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며 잊어버리게 된 그날의 일. 하지만 재현은 여전히 가슴에 묻어두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건넸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만큼 냉정하고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 말을 하기까지 또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지 짐작이 가는 수빈은 오히려 예쁘게 웃어주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 남자도 상처를 받는구나.’ 자신의 말이 아직도 독이 되어 퍼져 있었단 걸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재현의 손을 잡아떼어 놓는다. “남자가 진짜 소심하네.” 일부러 더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레 내뱉는 말.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재현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입술을 삐죽이며 눈을 가늘게 늘어뜨린 수빈에 그는 그제야 굳어진 표정을 풀어내며 다행이라는 안심의 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저 다 잊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고마워요.” “요즘 팀장님이랑 많이 친해진 거 같아서 저는 너무 기쁜데요?” “지금 그 말.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나요?” “음……. 네.” “기분 좋네요. 앞으로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푸흡. 그만 가보세요.” 웃으면서 뒤돌아설 수 있었던 그들은 이 순간이 묘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먼저 발걸음을 떼어낸 수빈이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멈칫 두 발을 멈춰 세운 그녀에 재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참고로 전 박력 있는 남자 좋아해요. 아니 뭐…… 그, 그냥 그렇다고요 하하…….” ‘아 창피해!’ 무슨 용기로 그러한 말을 당차게 내뱉었을까. 수빈은 순간 소름이 돋는 몸을 두 팔을 끌어안으며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다다다 급하게 뜀박질을 하며 2층 계단을 오른다. 휑하니 비워진 대문 앞. 멍하니 눈만 깜박거리고 있던 재현은 이내 호탕한 웃음소리를 쏟아내며 주먹을 쥔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곤 기분 좋은 웃음을 연신 흘려보낸다. “미치게 하네 진짜. 아주 푹 빠져 놓게 만들어 김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