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얼어있을 필욘 없고.” 와락 끌어당기는 손길에 놀란 이현이 순식간에 미간을 좁혔다. 처음 만났을 때도 이현은 이런 얼굴이었다. “정중하게 부탁드리는데… 이런 장난 유쾌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딱딱한 표정의 여자에게 끌렸을까, 아무래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건 태욱뿐인 듯했지만. “그만 닥치라는 거네요.” “…….” “대답 안 하는 거 봐. 고분고분한 건 역시 포장이었고.” “그런 뜻 아니었습니다.” 태욱은 이현과의 대화가 즐거운 듯 미소 지었다. “더 하실 말씀 없다면 자리에서 그만 일어나도 될까요?” 아, 목소리였지. 다른 여자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낮고 안정적인 이현의 저음. 고민의 답을 찾은 태욱이 피식 웃었다. “거짓말도 잘하는 편이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런 의도 아니었습니다.” “고집도 있는 편이네.” 이현은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대체 저한테 이러시는 이유가 뭐죠? 아니, 이유가 뭐든 상관없어요. 앞으로는 업무 때문이 아니라면 마주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쓰레기랑도 결혼할 거면서 자존심은. 왜 이러냐고? 궁금해서 그래, 뭘 어떻게 하면 이현이란 여자가 내 앞에서 무너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