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가족이자 병상에 누운 동생,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끝없는 빚.
꿈도, 돈도, 매번 빼앗기기만 했던 현실을 살며 욕망 따윈 내려놓은 줄 알았다.
“어린 게 발랑 까졌다더니, 몸 아낄 줄 모르고.”
“열심히 사는 게 왜 까진 거예요. 몸 아낄 시간도 없어요.”
냉혹한 현실 따위는 평생 모를 꼭대기에 선 남자, 권차혁.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혀는 빨 줄 알고?”
“흣……!”
“그런 거 안 배워 두고 뭐 했어.”
현실 앞에 굴복해 그와 보낸 하룻밤이자, 처음으로 욕망에 이끌렸던 순간.
“정액을 뒤집어써도 예쁘네……. 내 강아지는.”
그게 끝일 줄 알았다.
그가 제 결핍을 파고들 줄도 모르고.
“하나 제안할까.”
서연이 뭐라 답하기 전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갖고 놀아.”
음산할 정도로 낮게 갈라지는 음성이 내뱉는 문장은 달고 야했다.
표지일러스트 : M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