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자릴 비우고, 친구의 삼촌인 남자와 단둘이 있게 되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쉬. 괜찮아.”
“…….”
“한 번 씻으러 들어가면 오래 걸려. 한동안 나올 일 없어.”
단둘이 설거지를 할 때면, 두 사람의 자세는 정해져 있었다.
하리는 마치 너른 품에 안기듯 그의 앞에 섰다.
그리고 남자는 탄탄한 팔로 하리를 안으며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들킨다고 해도, 뭐 어쩌겠어.”
“하아…….”
“그런다고 그만둘 것도 아닌데.”
친구의 삼촌과 이런 식으로 얽힌 지 얼마나 됐더라.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기억의 파편이 새삼스레 뇌리를 나뒹굴었다.
하지만 과거를 되새길 새는 없었다.
덮쳐드는 감각에 하리의 시야가 새하얗게 이지러진 건 순식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