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고 치졸한 전 남친들의 패륜적인 변명일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오빠가 죄책감을 갖고 그녀를 피할 이유도 없었다.
겨울은 그게 아프고 안타까워서 늘 먼저 손을 내밀었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준욱의 친구 재하도 그와 비슷했다.
밝고 환한 겨울의 곁에 있으면 안 될 사람처럼, 피하려고만 했다.
고개 끄덕임과 단답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불편한 침묵을 만들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분명해지는 건, 준욱의 마음을 대변할 때였다.
오빠의 오랜 친구 권재하.
아픈 기억을 가진 권재하.
재하가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밤새 들은 날이었다.
늦은 아침, 잠에서 깬 겨울은 자신이 재하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쑥맥은 아니었다.
*
“오빠, 나 같은 여자는 어때? 오빠 여자친구로 말이야.”
겨울은 새삼 깨달았다.
잘 던지든 못 던지든 기왕 공을 던지고 난 뒤에는 홀가분할 수밖에 없다는 걸.
“네가 왜 나 같은 놈하고 만나?”
당황한 그의 얼굴색이 붉어졌다.
하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던 겨울의 얼굴에는 화색이 감돌았다. 눈에 띄게 여유로워진 말투로 그녀가 말했다.
“왜는 왜야, 관심이 있으니까 만나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어나자.”
“나하고 석 달만 사귀어 보는 건 어때?”
“강겨울!”
“어, 그거 우리 오빠 표정인데.”
“일어나자.”
“석 달은 조금 그렇다, 여섯 달만 만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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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