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녀에게로 한 발 한 발 다가선 태양은 그녀의 입술을 뜨겁게 삼켰다. 부드러움보단 다급함이 앞선 탓인지 제법 거친 그의 키스로 인해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에 생채기가 나가 시작했다. “당신이 먼저 시작한 일이야. 명심해.” “하아, 너무 좋아.” “절대로 잊으며 안 돼.” “으음.” 고태양!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이 하고자 한 일들 중에서 이루지 못한 일이 없었다. 그만큼 죽일 힘을 다해서 노력도 했지만, 근본 타고난 두뇌와 재주가 뛰어난 그였다. 그래서 오만함이 자신을 뒤덮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녀에게만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잘하고 있다, 멋지다, 정말 대단한 사림이다 란 말들만 듣고 싶었으나, 그가 원하는 그런 단어들은 그녀 입에서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타박과 질책 그리고 참견. 감히 비서가 자신을 질책한다 소릴 지르지만, 결코 그녀의 잔소리가 싫지가 않다. 왜 그런 걸까? 김지수! 미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방위산업체에서 대단한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아왔다. 에스더 이사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돌아온 그. 그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지만, 그 오만함도 그에게 어울리는 건 왜 그런 건지. 비서면 비서답게 굴라며 구박하는데도 왜 그런지 그가 밉지가 않다. 삼년 내내 속을 썩이고 발을 동동 굴리게 만들고 있는 그인데도 그의 비서 자리를 내놓지 않고 싶은 건 왜 그런 걸까! 대체 왜 그런 걸까? 발췌글 “김지수!” 버럭 소리를 지른 그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며 휙 들어 올렸지만, 그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으음, 좋아. 난 거친 게 좋아.” 완전히 이성을 놓은 그녀는 탱크가 따로 없었다.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그녀 때문에 참으로 난감해진 태양은 과감하게 자신의 옷들을 벗으며 흐느적거리는 지수 때문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면 아무 때나 옷을 벗어 던지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정신줄 놓을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는 그였다. 무엇보다 일 년 전 그때의 악몽 때문에 일 년 넘게 술을 마시지도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였기에 지금의 지수의 모습이 흉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저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그녀가 기억할지 궁금할 뿐. 하나둘 옷을 벗기 시작한 그녀가 이젠 두 개 남은 속옷마저 벗어 던지자, 태양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말았다. “다 벗을까?” 야시시 웃으며 오른손에 들고 있는 브래지어를 흔들어 보인 지수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비틀거리며 몸에 남아 있는 마지막 속옷을 벗어 버렸다. “김…….” 다급함에 손을 내뻗으며 막으려고 한 태양은 자신의 눈앞에 온전한 나체로 서 있는 그녀를 눈동자 가득 담으며 신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빨리…….” 팔랑팔랑.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잘도 웃으며 그를 유혹하는 지수 때문에 태양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고 말았다. ‘절대로 다른 놈이랑 술을 마시게 하진 않을 거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