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것 같은 새빨간 머리카락과 눈매가 날카로운 파란 눈동자를 보고 그는 이 영애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는 기묘한 확신을 느꼈다. 이 아가씨는 백치도 성녀도 아닌 게 분명했다. “예쁜 아가씨, 저와 결혼합시다.” 윌리엄은 붉은 머리의 백작 영애에게는 복수의 기회를, 그리고 자신에게는 가문을 회생할 기회를 담아 청혼을 제안했다. 평온하게 꾸며낸 얼굴과 달리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새파란 눈동자가 그의 속을 들여다보듯 그를 빤히 마주하더니 곧 그녀의 붉은 입술이 선선히 답했다. “……좋아요.” 그녀는 선뜻 청혼을 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