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비명에 그제야 얼굴을 본 채이가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채이야.” 사무치도록 익숙한 저음의 목소리. 채이는 제 눈앞에 놓인 술잔, 옆에 앉은 늙은 남자.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진 조 사장을 느린 시선으로 더듬거렸다. 이런 꼴을 가장 보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인데,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에게 향하려는 시선을 최대한 잡아두려 테이블 이곳저곳을 바라보느라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미안한데, 나 여기에 내 몸 팔러 온 거야.” 그러니 제발 신경끄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 속으로 빌고 또 빌면서도, 그가 자신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들끓었다.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멍청한 기분. “착각하지 마. 그 몸, 나한테 팔아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