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진. 방금 찍힌 거야.” 남자는 코를 찡긋, 구기며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충격을 주려는 게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들어올 때 보니까 전화기 붙들고 있던데. 그 새끼랑 통화라도 했나 봐?” “…….” “지금은 뭐, 그다음 걸 하고 있을지도.” 조금 전 그 통화에서 났던 이상한 소리가 단박에 설명됐다. 상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막상 사실을 알게 되니 손이 부들거렸다. 왜 여기서 쓸데없는 승부욕을 배출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는 뿌듯하다는 듯 입매를 길게 늘였다. 거기에 쓸데없이 잘생긴 외모는 얄미움을 배가시킨다. 자존심이 퍽 상했다. “재미있나 봐요. 그쪽은.” “음, 조금.” 새로운 술잔을 든 남자가 고개를 느리게 기울인 채, 온더록스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가 적막을 채웠다. 은채는 그의 시선이 뜨거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눈물이라도 줄줄 흘리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는데 말이야.” “실망하셨겠어요.” 피식 웃는 은채의 앞으로 그의 상체가 조금 더 기울어졌다. 확 가까워진 거리에 그의 숨이 섞일 것만 같았다. 긴장이라도 한 듯 침을 꿀꺽 삼키는 은채의 목선을 빤히도 바라본다. “그랬는데…….” 그가 말꼬리를 늘이며 도톰한 입술에 술잔을 가져다 댔다. 목을 젖히는 순간에도 은채에게서 노골적인 시선을 치우지 않는 게 묘한 긴장을 일어냈다. “복수가 하고 싶네.” 난데없는 말에 은채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들러붙는 노골적인 제안. “나랑 잡시다, 정은채 씨.” 불쾌할 수 있는 제안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을 정리하느라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