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의 찌를 듯한 시선이 내내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 봐야 고작 동생에 불과했다.
그런데….
“나랑 사귀자.”
“뭐?”
신우의 말에 문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모르는 척하지 마. 내가 왜 매주, 방학 때, 틈만 나면 여기 오는지 알잖아. 그게 다 너 때문인 거 진짜 몰랐으면 지금 알면 되고. 내가 설마 이 논밭뿐인 동네에 심술로 꽉 찬 할머니 보러 오는 줄 알았다면 너 그 머리로는 공부 못해.”
문영이 신우를 올려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훌쩍 더 커 버린 신우였기에 자존심이 좀 상해도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나랑 사귄 후에는 네가 친구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든 이해할게. 그런데 안 사귀면 나도 이제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할 거니까 기대하고.”
그가 뻔뻔한 얼굴로 짓궂은 눈빛을 반짝였다.
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복잡한 눈빛을 한 문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내년이면 스무 살이야. 그때도 너는 고작 열여덟 살 고딩이고.”
문영의 표정을 본 신우가 다 안다는 듯 묘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게 문제냐? 미성년자랑 사귈 수 없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문영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럼 대학 가서 2년만 놀아. 그러다 2년 후에 나 스무 살 되면 그때 나랑 사귀어. 어차피 너 남자 만나도 금방 헤어지게 될 거야.”
“뭐?”
저주에 가까운 말에 그녀의 눈썹이 가늘어졌다.
신우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넌 나랑 결혼할 거야. 그러니까 2년간은 마음껏 놀아. 네 평생 중에 고작 2년이잖아. 대학 가 보면 알겠지. 나만 한 남자 없다는 걸.”
너무도 당당한 대꾸에 문영이 웃지도 못한 채 입술만 벙긋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