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혼했던 남편과 재회했다.
이름까지 버리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던 내 앞에,
거짓말처럼 전남편이 나타났다.
재회의 첫 마디는 원망이었다.
“나도 버리더니 김소은, 그 이름도 버리고 말이야.”
“……!”
“그렇게 죽은 사람으로 살아갈 거면 영영 내 눈에 띄지 말든가. 왜 내 앞에 알짱거려.”
“알짱거린 적 없어요.”
“이제 와 이러는 저의가 뭐야. 기어이 널 찾게 만든 저의.”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 말대로 난 당신을 버린 사람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는데,
“이제 와 남편 노릇을 해 주길 바라는 건가. 아니면.”
“……!”
“이 아이 아빠 역할이라도 해 주길 원해?”
전남편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착각하지 말아요. 둘 다 아니니까.”
다시는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당신과 사는 내내, 나는 울어야만 했으니까.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웃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잘 살고 있는 나, 이제 와 흔들지 말란 소리예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는데 전남편이 나를 붙잡았다.
“잘 살고 있는 날,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게 넌데. 너는 잘 살고 있다고?”
이내 전남편의 타오르는 눈길은 아이에게 향했다.
“그러면 이제 나도 잘 살아 보려고, 네 옆에서.”
아이에게 닿아 있는 그의 시선이 곧, 애틋하게 누그러졌다.
“네가 낳은 이 아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