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충동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차가운 입술이 부드럽게 눌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드러났다. 키스는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가늠해 보려는 듯 가벼운 입맞춤일 뿐.
그녀의 입술이 떨어질 때까지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실수를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안, 싫었어?”
그는 대답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직시하던 그가, 떨리는 손목을 움켜쥐더니 탁하게 속삭였다.
“다시 해 봐.”
“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다.
“다시 해 보라고. 너무 짧아서, 좋았는지 싫었는지 모르겠으니까.”
일러스트: 진사
저자 - 진소예
〈출간작〉
연애본능. 미혹. 모렌도 (Morendo). 탐닉의 편린. 짐승다운 열애설. 열대야. 페티시 시즌1. 나쁜 충동. 매혹. 관능의 조건. 취향의 탄생. 폭연. 홍연 (삽화본). 호우. 흑요의 정원. 키스보다 황홀한. 우아하거나, 혹은 불순하거나. 스테이, 마이 디어(Stay, My Dear). 인 더 케이지(In the CAGE). 마른 장마. 더티스캔들. 페어 트레이드(fair trade). 낯선여름. 취. 열애의 품격. 개정판 | 열애의 시간. 딜레탕트(Dilettante). 참아주세요, 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