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의 매서운 눈빛에 재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험악하게 일그러진 그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가슴을 동여매고 있던 천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재인은 본능적으로 손을 올려 가슴을 가렸다.
탁! 안타깝게도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치웠다.
그의 손등에 맞은 게 아픈 게 아니라 역겹다는 듯 바라보는 눈빛이 심장을 후벼팠다. 그에게는 끝까지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야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재인은 남자 행세를 했다.
그를 속인 것이다. 처음부터 그에게 마음을 주면 안 됐었다.
그를 남자로 본 그녀가 잘못이었다. 이제 그는 그녀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이다.
치가 떨리겠지. 그리고 곧 그녀의 예상대로 그는 그녀에게 사라지라고 명령했다.
당장 눈앞에서 꺼지라고!
경멸하는 그의 눈빛에 재인은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마음을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