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가득 울려 퍼지는 낯뜨거운 숨소리. 가냘픈 몸이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듯 보이는 여자의 몸짓은 남자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남자의 거친 손길에 여자는 속수무책인 듯 고집스럽게 입술을 깨물며 반항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어 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흥분으로 헐떡이는 여자의 몸짓은 점점 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터져 나오는 교성과 함께 두 눈가 사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여자 봉선화,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김태형. 두 사람은 세 번째 우연한 만남으로 필연적인 운명에 엮이게 된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끝내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선화를 보며 태형은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겨났다. 6년 전, 병원에서 만났던 모습과 그녀는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앳된 얼굴이 조금 성숙해졌고, 그동안의 삶이 힘들었는지 더 말라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눈길을 끄는 외모도 결코 아니었다. 전형적인 미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범한 외모였다. 그런데도 태형의 눈에 들어온 건 그녀의 도전적인 눈빛이었다. 만날 때마다 지지리 궁상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삶은 고단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코 부끄러워하는 법이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처연한 표정을 짓던 그 표정이 호기심을 자극 했을까? 삶을 처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괜히 오기가 발동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욕망 앞에서 흔들린다. 그리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그녀도 과연 그럴까? 태형은 그녀를 마구 흔들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