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원하는 게 뭔데? 나랑 뭘 하고 싶은 건데?” 한때는 촉방받는 천재 피아니스트였지만 세상으로부터 상처 받고 삶의 바닥까지 내려간 여자, 이수진. “보고 싶어요. 뭘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오늘 같은 일은 없는지, 그냥 당신 일거수일투족이 다 궁금하고 알고 싶어요.” 그런 그녀를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운명처럼 그녀를 발견한 남자, 최태하. “차라리 나랑 자자.” “네?” “나랑 섹스하자고. 섹스 한 번 하고 나면 네 머릿속에 박제되어 있는 나에 대한 생각이 뜯어고쳐질 테니까.” “……자고 나면 난 아마 당신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될 거예요.” 어둠 속, 창문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불빛 아래 마주한 두 사람. 서로의 눈빛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입술, 떼지 마요.” “최태하…… 으음.” “날 봐. 피하지 마, 이수진. 침대에서만큼은 솔직해야지.” 삶의 의미를 잊은 여자와, 그녀를 위해서 살고 싶은 남자. 그들의 사랑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