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린애랑 안 자.” “변태.” “하는 수 없어.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씨이.” 그녀의 입에선 울화와 억울함과 서글픔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쇳소리만 튀어 나왔다. “결혼은 해도 연애는 안 해.” 뭐 이런 이상한 논리가 있을까. 취했어도 귀는 똑바로 열려 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 차지욱이 이상한 거였다. “근데, 결혼도 연애도 강리안은 안 돼.” 너무나 단호한 그의 말에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리안은 입 밖으로 한 마디도 내뱉지 못 했다. 우물쭈물하며 드레스 자락만 꽉 붙든 채 눈물을 참는 게 전부였다. 난생처음 누군가를 좋아했는데 고백하자마자 차이고 말았다. “난 계속 차지욱 좋아할 거야.” 언제 이렇게 당돌해졌을까. 여리고 눈물 많던 어린 강리안은 어디 갔는지, 어엿한 여자가 돼서 다가온 리안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