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에 대한 지양 또는 지향이라는 흐름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며 그 전후관계를 살피는 시도들은 많았으나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틈, 사이의 시간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는 아직 널리 소개되지 않은 듯하다.『왜란과 호란 사이 38년』에서는 이러한 ‘틈의 역사’에 주목했다. 조선은 국제적인 환란을 경험한 이후 내외적으로 국가를 재건해야 했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가 끝난 이후 병자호란이라는 위기의 반복 이전까지 태풍의 눈과 같았던 아주 잠깐의 시기 동안 조선은 무슨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궁극적으로는 왜 비극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잠잠한 듯 조선의 사회상이 급변한 시기를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