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천연색의 꽃이 만개하는 삶을 꿈꿨으나, 나에게 내려진 건 억압과 괄시에 지배된 삶이었다. *** “그래서. 이름 뜻이 뭐지?” 만들어지는 길목마다 소름이 돋았다. 살갗이 그를 따르기라도 하듯 희열을 느꼈다. 분명 처음인데…… 모든 게 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구원호의 손길이 좋았다. “흐…… 꾈 유(誘)에 꽃 화(花)예요.”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름의 뜻을 뱉었다. 언제나 놀림 받던 이름이었다. 들었던 사람 중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경멸의 시선을 받는 것도 예사였다. “설마…….” “…….” “남자를 꾀는 꽃이란 뜻인가?” 아마 이 남자도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웃어 버리거나 역겨워하거나. 둘 중 하나일 줄 예상했다. 그런데 구원호는 달랐다. 이름의 뜻을 알고도 웃지 않았고, 혐오를 내보이지도 않았다. 눈꼬리에 걸린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어쩐지 예쁘더라니.” 덜컥. 심장이 떨어졌다. “유화야.” 내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나직하면서도 묵직했고, 꼭 몸을 휘감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유화.” 그토록 싫었던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 그것이 몹시 달큼해 차마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할아버지가 부를 땐 싫기만 한 이름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달게 들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느새 발목이 잡히었다. “힘 빼.” “…….” “꽃이든 뭐든 내가 활짝 피게 해줄 테니까.” 나는 알지 못했다. 오늘이 그를 향한 내 덧없는 사랑의 시발점이었음을…… 갈 곳 없는 고백이 정처 없이 떠돌고, 주인 잃은 애정이 바닥에 나뒹굴게 될 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