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함의 향기

머릿속은 무지할 뿐이었다. 흑랑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집게손가락을 강하게 억압한 채 젖가슴을 탐하던 손길을 거둬들이며 새하얀 설원(雪原)처럼 얼어 있는 눈망울을 내려다봤다.

“마지막인 줄 알아. 두 번의 용납은 없을 테니까.”

그는 으스러트릴 것처럼 놓아주지 않던 그녀의 손가락을 내동댕이치고 망설임이란 가당치도 않다는 듯 매정하게 멀어져갔다. 그녀는 침실 안으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넋 나간 사람처럼 지켜봤다.

‘왜……?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한테는 왜……?’

“이건…….”

그의 침실 문을 바라봤다. 갑작스레 코끝이 시리며 희한할 만큼 가슴이 뭉클거렸다.

‘지혈을 시켜주신 거였어요?’

칼에 베인 그녀의 손가락에는 피가 멈추고 검붉은 혈흔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눈망울을 애련하게 한들거리며 멍하니 열린 입술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