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

· 세계문학전집 Book 454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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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카탈루냐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자우메 카브레

이야기의 중층적 얽힘으로 독창적인 선율을 자아내는 마에스트로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 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겨울 여행』은 사라진 렘브란트, 완성되지 않은 텍스트, 짝사랑 등 여러 모티브가 기억처럼 결합하여 죽음의 그늘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의 연약함을 환기시키는 ‘범성악’ 대위법 작품이다. ─ 《세계 문학 리뷰》


"「사후 작품」의 피아니스트 페레 브로스는 연주회 도중 객석 맨 앞줄에 앉은 슈베르트의 환영을 보고, 도저히 슈베르트 앞에서 그의 음악을 연주할 수 없어 절망에 빠진다. 페레는 정해진 연주 프로그램을 어기고 피셔에 관한 책에 나온 변주곡을 충동적으로 연주하게 된다.

「고트프리트 하인리히의 꿈」의 위대한 음악가 바흐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들 고트프리트의 연주를 목격한다. ‘음악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모티프를 얻어 변주곡을 작곡한다. 표제작 「겨울 여행」의 졸탄은 피셔의 유일한 변주곡을 발굴해 위대한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는 슈베르트의 무덤 앞에서 만난 마르게리타와 짧은 사랑을 나누고 이십오 년 후 같은 자리에서 재회할 것을 약속한다. 결국 둘은 극적인 재회에 성공하지만, 졸탄은 곧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고 운명 같은 사랑은 이토록 위태로운 것임을 뼈저리게 자각한다.

『겨울 여행』은 카브레의 독창적인 글쓰기 형식과 예술과 인간 삶의 관계를 탐구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단편집이다. 카브레는 각 단편에 하나의 주제 선율을 반복해서 등장시킨다. 단편들을 읽어 나가며 독자는 주제 선율이 생겨나고, 음악가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 전해지고, 마침내 연주되는 하나의 연대기가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열네 편의 단편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세밀한 문학적 장치들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또다른 서사를 형성한다. 날실과 씨실을 엮듯 이야기의 교차점에서 인물들이 비밀을 깨닫는 카브레만의 예술적 서사 기법이 탄생하는 토대가 되는 작품집이다.

■ 쓸쓸한 인생길을 걸어가는 겨울 여행자들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실연을 겪게 된 한 남자가 차디찬 겨울 방랑객이 되어 거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이 같은 선율적 인상을 자신만의 언어적 예술로 표현한 것이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이다.『겨울 여행』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눈 쌓인 숲을 홀로 걷는 나그네처럼 저마다의 고독과 아픔을 안고 있다. 아내와 사별한 후 남겨진 아들들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남자, 겉으로는 성공한 음악학자지만 평생을 기다린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 쇼아에서 살아남아 삶의 재건을 꿈꾸지만 그 결말이 자살일 수밖에 없었던 생존자, 유고슬라비아 전쟁에 자식을 뺏긴 어머니, 연인에게 버림받고 남성성을 공격받자 극단적인 폭력의 사용을 택한 미소지니스트 등이 등장한다. 이 모든 주인공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으로서의 인생을 걸어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쓸쓸함, 참담함, 비통함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평범한 삶들이지만, 너무 평범해서 잘 말해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썼다.”고 밝혔다. 카브레가 단편집을 처음 구상할 때는 각 단편 간의 연결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점차 쓰면서 작가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유기적 연결들이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시작해 확장되어 갔다고 밝혔다. 자신의 인생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지만 사랑과 우정, 예술과 연대 없이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인간의 모순적 숙명이 잘 드러나 있다. 치밀한 구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로 찬사를 받은 카브레는 이번 작품에서도 예술, 도덕,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특유의 문학적 감각으로 탐구한다.

"골방 문 앞에 자리 잡고 앉아, 꿈쩍도 않은 채, 이야기가 내 앞으로 지나가면 목덜미를 잡아채 설명해 보라고 다그쳤다. 그렇게 하나하나 엄청난 인내가 주춧돌이 되어, 나는 개별 이야기들의 비밀을 풀어 나갔고, 그렇게 이야기의 첫 문장 혹은 첫 단어, 혹은 나조차도 어떻게 될지 몰랐던 이야기의 시작과 연결되는 문학적 결말에 대한 명징한 혹은 희미한 발상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중에서


About the author

1947년 스페인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바르셀로나 대학교에서 카탈루냐어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이십여 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1974년 단편집 『엉망진창 환상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농장」, 「환승역」 등 텔레비전 시리즈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1996년 『환관의 그림자』를 발표하며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했고, 2004년 발표한 악에 관한 두 번째 소설 『파마노의 목소리』가 카탈루냐어 판본 10만 부 이상, 독일어 판본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본격적으로 국내외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이 작품으로 카탈루냐 비평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카탈루냐 문학 명예상을 수상했다. 2011년 발표한 『나는 고백한다』는 작가가 악에 대해 사유한 세 번째 작품으로 발표하자마자 초판 1만 8000부가 일주일 만에 판매되었고, 이후 전 세계 서른한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로써 2014년에는 카탈루냐를 빛낸 인물에게 수여하는 산조르디 십자가상을, 2017년에는 공로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의 쿠리에 앵테르나쇼날 최우수 외국 문학상, 스웨덴의 스톡홀름 문화의 집 소속 시립 극장이 수여하는 국제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속에서 카탈루냐 문학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거대 서사가 실종되고 주제가 좁혀져 가는 현대 문학의 흐름 속에서 자우메 카브레는 권력과 인간 조건의 관계, 역사 속 악의 구체성, 그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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