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가능하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 집에 미친 새끼 하나 있는데 그놈 눈에 거슬리면 무슨 짓을 당하게 될지 모르니까.” 유서 깊은 공작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 마그누스 드보 램 아이작스. 어린 시절부터 거칠 것 없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그에게, 노트르담의 꼽추 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휘어진 어깨와 등에, 깡마르다 못해 뼈만 남아 있는 볼품없는 동양인 아이는 그저 스쳐 가는 ‘도둑고양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13년 후 우연히 만나게 된 그녀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사랑스런 ‘여인’이 되어 있었고,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 주며 그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천재 바이올린 소녀 강재희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하자 덩어리(?) 마그누스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본문 내용 중에서] “너, 옷 그렇게 입지 마.” 그가 대뜸 재희가 갈아입은 옷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프릴이 달린 하얀 면 블라우스가 얇은 면사 재질이라 안에 받쳐 입은 검은색의 레이스 브래지어가 은근하게 드러난 이유였다. 조금 전 그의 눈으로 확인했던 그 브래지어와 함께 그의 손안에서 터질 듯이 말랑거렸던 젖가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목에 있는 키스마크와 더불어 흐트러져 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까지 사람을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었다. 이미 그 안에 있는 뜨거운 남성이 벌써 반응하고 있었다. “이 옷이 왜요?” “끄응, 내가 미쳐.” “응? 뭐라고요?” “내가 이럴까 봐 너보고 가라고 한 거야.” 결국 그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그녀에게 버럭 하고 성질을 부렸다. 차라리 몸이 아픈 게 나았다. 마그누스는 조금 전까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겠다고 자신에게 약속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순진한 얼굴로 계속해서 도발하고 있었다. “뭐예요! 한 번만 더 그 말 하면 진짜 갈 거예요.”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팩하고 토라진 얼굴로 입술이 이만큼 튀어나왔다. 조금 전 그와 나눴던 키스의 여파로 붉게 부어오른 입술이 커다랗게 클로즈 업 되는 순간이었다. “하아, 강재희.” “왜요!” “이건 분명히 밝히자. 네가 먼저 시작했어.” “내가 뭘요?”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알아요. 나 때문에 당신 이렇게 다친 거.” “훗, 내가 널 다치게 할지도 몰라.” 그리고 마그누스는 곧장 재희의 한쪽 팔을 잡아당겨 아까부터 먹고 싶었던 붉은 입술을 베어 물었다. 조금 전에 먹다만 맛있는 과육을 마저 먹으며 집어삼킬 듯이 그녀의 혀를 빨아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