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없이 숨어들었다 덫에 걸린 여자, 진승연. 그와 하는 모든 것이 다 음란했고 퇴폐적이었다. 그는 저를 타락시켰고, 미치게 만들었다. 승연은 그의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저를 욕심내는 남자의 모습은 악마처럼 강렬했고, 압도적이었다. 이 남자뿐이었다. 저를 이렇게 만질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남자는 이 남자뿐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그의 회사가 연루된 걸 안 이상, 그와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 덫을 놓고 걸려들기만 기다린 남자, 조현도. 가지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고 저 혼자 독식하고 싶은 소유욕에 가슴이 지끈거릴 정도로 아렸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 제가 유일한 것처럼 굴면서 승연은 언제든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 “넌 내 거야.” 함부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함부로 범하고 싶다. 이 냄새, 이 감촉을 그 말고는 누구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그녀의 하얀 살갗에 제 흔적을 잔뜩 남기고, 누구의 것인지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은 포악한 마음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