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김미실(30) 몇 달 전만 해도 잘나가던 웹디자이너. 귀엽고 다정다감하고 용감하고 의리 많고……. 도대체 결점이라고는 하나도……. 헉, 하나 있군. 딱 부러지게 밥맛없는 상사한테 대놓고 할말 하는 버릇밖에는 없는 여자. 그런데 왜 가는 회사마다 구박이고 연애마다 실패하는 것일까? 강종욱(33) 학벌 좋고, 돈 잘 벌고, 착하고, 가정교육 잘 받은 자칭 멋진 남자. 속 모르는 남들은 상(償)도 여러 번 탄 능력 있는 건축가라고 말들은 하는데……. 왜 그와 선보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그를 보자마자 걷어차기 일쑤이고 아버지는 한심하다 혀를 차며 덜떨어진 놈이라고 욕이나 할까? 〈우아한 싱글〉, 〈멋지구리 독신〉이라 강변하지만 사실 두 사람의 나홀로 생활은 비참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팍팍한 삶의 시간 속에서 오직 미실의 위안이 되는 것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해 매일 신간을 찾는 그 남자, 약간은 어리석게도 보이는 착한 손님과 사이좋게 카푸치노를 나누어 마시며 로맨스 소설에 대한 온갖 잡담과 의견을 교환하는 일. 날마다 적막한 오피스텔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설계도면이나 그리다가 로맨스 소설과 순정 만화를 좋아하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그녀, 통통하고 착한 책방 아가씨와 수다떨며 같이 김밥을 나누어 먹는 일이 전부인 종욱. 그런데 이것이, 도대체 이것이 무슨 조화더냐? 단지 로맨스 소설과 순정 만화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두 주인공. 게을러서, 머리도 손질하기 싫어해서 긴 생 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묶고 다니는, 〈불쌍한 엄마 등쳐먹는 노처녀〉 김미실. 허름한 운동복 바지에 라면국물이나 떨구고 다니는 〈백수〉, 슬리퍼 찍찍 끌고 순정 만화와 로맨스 소설을 사러 나오는 강종욱. 그 둘의 하는 짓거리가 점점 닭살 돋는 로맨스 소설 스토리로 변해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