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낙원 (부제 : 위험한 낙원)

· 더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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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 꼭 놓아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손, 다시는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너무 사랑해서 증오가 되어 버린 여자. 그럼에도 그녀밖에는 없다, 그의 마음을, 영혼을 송두리째 가져가 버린 사람이기에.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마저 버리고 가버린 냉혹한 여자임에도, 그녀가 없는 동안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이기에, 비록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녀를 곁에 둘 수밖에 없다. 다시 만나게 된 그녀를, 이제 두 번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와 증오만 남기고 끝나 버린 사랑.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다시 만나게 된 진우와 서연.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두 사람은 잡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눈 감지 마! 네 몸에 닿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상상하는 건 곤란하니까!” 분명 그의 숨결은 태양처럼 뜨거웠다. 하지만 귓가를 파고드는 그 음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섬뜩하리만큼 차가웠다. 의미를 전하는 진우의 말에 스르르 내려가던 그녀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며 다시금 위로 올라와 제자리를 찾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강렬하게 맞부딪치며 강한 빛을 내었다. “불장난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진우는 손을 움직여 그녀의 몸을 슬립 위로 스치듯 훑어 내리며 말했다. 그의 손이 관능미 넘치는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리듬을 타듯 느릿하게 내려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깨에서부터 천천히 몸의 곡선을 따라 내려가던 그의 손끝이 슬립 끝자락에서 멈추었다. 진우의 손이 스친 자리마다 그녀의 몸에는 소소한 소름이 돋아났다. 진우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슬립 안에 있는 그녀의 마지막 속옷을 거침없이 끌어내렸다. 그 움직임에 그녀의 몸이 움찔거리며 뻣뻣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를 스치는 진우의 체온은 뜨거웠다. 서연은 슬립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오는 진우의 손을 다급히 잡으며 말했다. “그만해요!” 서연은 자신의 몸을 타고 서서히 올라오는 진우의 체온을 느끼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진우가 짧은 물음을 던졌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조용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욕망으로 탁하게 갈라져 있었다. 뜨거운 입김을 내뿜는 진우의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고스란히 와 닿았다. “뭘 바라는 건가? 달콤한 밀어? 아님 가슴 떨리는 고백?” 진우가 그녀의 턱에 손을 가져가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그녀의 입술이 살며시 벌어졌다.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진우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내렸다. 서연은 눈을 맞춘 채로 진우의 얼굴이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눈꺼풀을 내렸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눈, 떠.” 그의 입에서 경고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움찔거리며 다시금 눈을 떴다. 그 모습에 그의 입가에 만족스런 웃음이 지어졌다. 진우의 숨결이 그녀의 예민한 입술 표면에 그대로 닿았다. 그의 얼굴이 반쯤 열린 그녀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그렇게 앞을 바라보던 서연의 눈동자가 점점 커다래졌다. 열띤 감각을 전했던 얼굴이라 하기엔 그의 눈빛이 너무도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 차가운 열기에 그녀의 몸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났다. 분명 가슴에 와 닿는 그의 체온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하지만 그 눈빛은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도 읽어 내릴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 ‘왜 이러는 건가요? 나한테 왜?’ 서연은 마음속으로 의문을 던졌다. 열정적인 욕망의 여운이라 하기엔 그 눈빛이 너무나 싸늘했다. 더군다나 그의 표정 또한 사막의 모래알처럼 무미건조하게 메말라 있었다. 그 서늘함에 그녀의 얼굴에 남아 있던 복잡한 감정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렇게 넋 놓고 그의 눈빛에 빠져 있는 사이 그녀는 자신의 다리가 진우의 손에 잡혀 끌어당겨진다는 걸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앞으로 시작될 불장난 꽤 기대되는군!”

About the author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때 태어난 전형적인 A형. 드라마속 슬픈 사랑이 안타까워 해피엔딩만을 고집함. 글 속에 새로운 주인공들이 탄생될 때가 가장 마음이 설렌다. 출간작: 〈그와 그녀〉, 〈열망〉 출간예정작: 〈사랑을 훔치는 여자〉, 〈하얀 밤〉, 〈친구와 연인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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