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길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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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창시절 환호와 환희를 만났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동안 늘 지영은 풀지 못한 숙제를 품고 있었다. 환희를 좋아한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환호를 사랑하게 된 것이 먼저인지. 어쩌면 동시에 두 감정이 모두 생긴 것인지. 학창시절 자율학습시간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그 시간동안 지영은 항상 실내체육관에 있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매트리스 더미에 숨어 게으름을 피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지영과 함께 실내 체육관을 공유하는 동지가 생겨났다. 바로, 환희였다. 매트 속에 파묻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음악소리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단잠을 방해 받아 불만스럽게 고개만을 쳐든 지영의 눈에, 타이즈를 입은 가녀린 여체가 휴대용 테이프 리코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선율을 몸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연습에 몰두한 환희의 모습에 지영은 넋이 나갔다. 그녀에게 떨어지는 먼지마저도 별빛인 양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짝, 짝, 짝.” 음악이 끝나고 마법과도 같은 실내 체육관의 공기를 무례한 박수소리가 깨 놓았다. “뭐야아. 놀랐잖아.” 여자가 말했다. 나긋한 여체가 가쁜 숨으로 들썩였다. 연습에 몰두해 모든 진을 다 빼버린 듯, 목소리가 쌕쌕 힘겹게 들렸다. “훌륭해! 내 심미안이 맛이 간 건지, 아니면 정말 일취월장한 건지. 적어도 내 눈에는 날로 실력이 느는 것 같은데?” 낮은 남자의 목소리에는 자긍심이 가득했다. “언제 왔어?” 남자가 내미는 수건을 받으며 여자가 퉁명스럽게 말했으나, 그녀의 얼굴에는 옅고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여자를 위해 음료수를 건네고, 테이프 리코더를 갈무리 하는 등, 남자는 소소한 것까지 여자를 배려했다. “이 땀 봐라....... 일 리터는 족히 되겠다.” “에이, 설마? 많이 기다렸어?” “뭐, 별로. 가자. 아무래도 영양 보충 좀 해야겠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위에 외투를 걸쳐주며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여자가 그를 올려다보며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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