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질시 어린 눈빛들을 아주 우습게 즈려밟아 줄 만큼, 수린은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코웃음을 날려 줄 배짱 혹은 여유도 가졌고. 더군다나 그는 내 남자잖아? “그런데?” 수린은 불퉁하게 말하면서도 슬그머니 입매를 올렸다. - 저기……. 수화기 너머 경빈이 우물쭈물했다. 수린은 속으로 혀를 찼다. 솔직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지나친 여성성향의 행동들이었다. 감정적이고 다소곳하며, 오히려 수린보다 더 차분하기까지 했다. 그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눈빛, 그리고 소담한 행동 때문에, 경빈과 함께 있으면 여자인 자신의 중성적인 이미지가 더욱 부각되곤 했다. 이정희의 로맨스 장편 소설 『뱅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