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이모의 마마걸 경화는 이미 사실상 유부녀였다. 하지만 소희만 아는 사실이었고, 그것을 모르는 이모는 이번에도 맞선 상대자의 사진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서른둘의 변호사는 바로 소희의 첫사랑. 그 뒤처리 담당이 늘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오늘처럼 고마운 적은 없었다. “당신을 좋아했어요.” “그건 이미 말했으니, 패스.” “오래전부터 짝사랑해 왔죠. 벌써 이십 년이 다 된 걸요.” 이십 년이라……. 동환은 자신의 이십 년 전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떠올려 보려 했다. 마냥 뜬 구름 같다. 그리고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이십 년 전에는 동팔이라 불린 적 없어. 너 다른 사람하고 나하고 착각하는 거 아냐?” 이름이 정소희라고? 정소희, 정소희, 소희……. “너 확실히, 정말 나 알아?” 동환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 도무지 그녀의 잔상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난 도무지 널 모르겠거든!” 순간 동환은 자신의 주둥아리를 쥐어박고 싶어졌다. 그녀의 눈에 가득한 상처받은 일렁임을 보자, 자신이 천하에 둘도 없는 나쁜 놈이 된 것 같았다. 그러니 도대체 네가 누구냐고! 누군데 날 이렇게 천하의 잡놈으로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