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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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벨이 울렸다. 이층 사택에서 잠을 자던 박영규는 선잠에 비틀거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한 여자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박영규는 잠이 확 달아났다. “이봐요, 좀 일어나 봐요.” 그는 머리를 흔들어 남아있던 잠의 찌꺼기를 털어내고는 옆에서 곤한 잠에 빠져있는 아내를 깨웠다. “음...... 왜 그러세요?” 잠을 채 뿌리치지 못한 아내는 멍한 눈으로 영규를 바라보았다. “어서 정신 차리고 밑으로 내려와요.” “어머. 왜요?” “지금 밑에 누가 쓰러져 있어. 얼른 내려와요.” 남편이 잠옷 위에 대충 가운을 걸치는 것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던 여자는 얼른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남편의 말대로 어스름한 새벽 달빛은 한 여자의 인영이 괴로운 듯 웅크리고 쓰러져 있는 것을 비추었다. 여자는 먼저 나간 남편과 마찬가지로 잠옷 위에 대충 가운을 걸치고 뛰어 나갔다. 이곳은 서울근교의 인구가 만여 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에 딸린 작은 어촌마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박영규는 잘 나가던 종합병원을 퇴직하고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를 함께 따라온 영규의 아내는 그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였다. 대도시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온 두 사람은 의사와 간호사, 남편과 아내가 되어 이곳을 지켰다. 작은 어촌마을에서 이런 응급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있다 해도 그들의 집이 병원 2층에 있어 응급환자를 별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역아인 것 같은데...... 일단 임신중독증도 있어 보이고.” 영규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이동식 환자용 침대 위에 이미 정신을 잃은 산모를 힘겹게 눕혔다. 영규의 아내는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서도 남편의 말을 하나도 빠트림 없이 경청했다. 여자는 남편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잘 대처했다. 그만큼 그들은 손발이 잘 맞는 의사와 간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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