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나이 많은 그이. 잘생기고 능력 있고 돈 많지. 하지만 재미없고 고리타분하고 심심하고. 제일 중요한 건, 나와 열 살 차이 나는 첫째 형부보다 두 살이나 더 많아. 아… 제너레이션 갭이 너무 느껴져! 내겐 너무 어리기만 한 그녀. 슬슬 결혼은 해야겠어서, 이리저리 보게 된 선 자리에서 만났으나 그녀는 너무 순수하고 귀엽고 알 수 없는 끌림이란 게 느껴졌어. 처음으로 감정의 흔들림을 느꼈던 거야. 그런데… 내가 징그럽다고? 너무 빨리 그의 아내가 된 그녀, 이진아. 너무 늦게 그녀에 대한 사랑을 내보인 그, 유성준. 이 두 사람의 부부 러브로망 지침서! “당신한테……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어.”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보이는 반만큼이라도 자신이 솔직했었다면. 그랬다면, 이렇게나 멀리 돌아올 일이 있었을까. 그녀가 취해야지만 솔직해지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고 하더라도, 남자인 그가 용기를 냈어야 옳았다. 그랬다면 그녀를 외롭게 할 일도, 그래서 자신이 이렇게 안타까워질 일도 없었을 텐데. “진아야…… 예쁜 마누라야…… 내가 많이 미안해.” “성준 씨…….” “어쩌면, 당신을 시도 때도 없이 안으려고 했던 건, 내가 내 마음 상태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당신한테 자신이 없어서, 내 마음이 제대로 들여다보이지 않아서, 오로지 당신을 안는 것으로 충족시키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그럼, 이제 나 안 안고 싶어요?” 눈물이 그렁그렁 담긴 그 까만 눈으로 물어오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준이 본능인 듯 얼굴을 내려 진아의 눈꺼풀에 입술을 누르자 진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맺혀만 있던 눈물방울이 톡톡 떨어졌다. 성준은 젖은 그녀의 눈가를 머금어가며 아깝다는 듯 눈물방울을 하나하나 마셨다. “나…… 안 안아줄 거예요?” 성준이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이 온몸이 뜨거워져 잔뜩 쉰 낮은 목소리가 나갔다. “안고 싶어. 밤새도록이라도 안고 싶어.” “그럼, 나 안아줘요.”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성준은 으스러지듯 진아를 끌어안고서 그대로 덜렁 들어 침대 끝에 걸치듯 앉혀놓았다. 진아가 앉은 채 성준을 올려다보았다. 아내의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성준은 걷잡을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녀는 취하면 좀 더 대범해지는 사람, 아주 많이 솔직해지는 사람, 비록 지금 이 행동이 100%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상당 부분 그녀의 잠재의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나 차가웠던 남편인 자신에게……. 미안, 미안해. 진아야. - 본문 내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