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의 공주 크레우사는 아폴론의 강압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출산해 아이를 내다버렸다. 시간이 흘러 크레우사는 헬렌의 아들 크수토스와 혼인한다. 이후 오래도록 자식을 보지 못해 애태우던 부부는 신의 뜻을 듣고자 신전으로 향한다.
에우리피데스는 이온과 크레우사의 재회 과정을 그리면서 신들의 횡포로 고통 받는 인간들의 절규를 들려준다. 여성 인물의 성격화, 내면 묘사에 탁월했던 에우리피데스는 그 고통이 대부분 여성의 몫이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아폴론 신이여,
제발 권력을 남용하지 마세요.
제발 미덕과 선행을 추구하세요!
죄지은 사람은 신께 벌받는데,
신께서는 어째서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답니까.
(중략)
당신과 포세이돈, 제우스신이
인간에게 저지른 죄의 대가를,
여인들을 겁탈한 그 죄의 대가를 치르자면
신전의 금고가 바닥날 것입니다.
극은 데우스엑스마키나식 결말로 막을 내린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신이 등장해 모든 오해를 풀고 천륜을 거스를 뻔한 모자를 구한다. 그러나 이 마지막 장면에도 원흉 아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테네는 “너희가 비난할지 모르므로” 아폴론을 대신해 나서게 되었다고 말한다. 욕망하고 질투하고 방탕한 신들에 이어 에우리피데스의 ≪이온≫에선 인간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신을 보게 된다.
이후 이온의 자손들은 이오니아 4개 부족의 시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