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짓. 2

· Kyobobook M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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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을 아주 재미있게 하는군.” 남자의 비릿한 목소리가 도아의 귓바퀴를 때렸다. 도아는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어릴 적 이불 속에 숨어 몸을 오들오들 떨며 상상하던 악마는 이마에 뿔이 난 추악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난 그것은 이리도 눈이 부시게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태도가 왜 그래?” 아버지의 사업체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우성 그룹의 실세 주서호. “웃어야지, 예쁘게.” 당신이 원한다면 웃어야지, 기꺼이. 그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뭐든 팔아넘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프로젝트도, 알량한 자존심도, 빠르게 뛰는 심장까지 모두 다. 도아는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듯 새빨간 입술을 느리게 달싹였다. “이걸로 우리 거래는 성사된 건가요?” 그녀가 기쁘게 미소 지었다. 주서호, 이제부터 어떻게 갚아 줄까. 지금까지 당신이 내게 한 몹쓸 짓을. * * * “이도아 씨와 나의 약혼을 발표할 생각입니다.” 말을 마친 서호는 도아의 하얗고 여린 손등에 제 입술을 살포시 덮었다. 그리고 그녀의 깨어질 듯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그를 바라보는 눈이 삭풍을 맞고 선 나뭇가지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짙은 갈증이 일었다. 당장이라도 여린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 입 맞추고 싶었다. 아무리 짓밟아도 억세게 자라날 것 같은 잡초 같은 여자. 그래서 더 짓밟고 싶게 하는 사람. 그러나. 왜 자꾸 저 아픈 눈을 보듬고 싶어지는지. “이도아 씨, 나와 약혼해 주겠습니까?” 서호의 갸륵한 눈동자가 도아를 향해 일렁였다. 이도아, 난 당신을 어쩌고 싶은 걸까. 당신이 내게 한 몹쓸 짓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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