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동진의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첫 번째 고백
2만 권의 책, 1만 장의 음반, 5천 장의 DVD, 5천여 점의 수집품이 진열되어 있는 이동진 박물관 ‘파이아키아’. 작업실이자 서재이고 동시에 아카이브인 공간 ‘파이아키아’에서 펼쳐 보이는, 이동진이 살아가고 사랑한 모든 시간의 기록을 담은 책. 영화와 책과 음악 등 이동진 작가가 오랜 세월 동경하고 탐닉해온 대상들에 대한 소중한 추억담을 써 내려간 책으로, 평론가가 아닌 ‘덕후’로서의 면모를 처음으로 아낌없이 방출한 매우 사적인 에세이인 동시에 ‘파이아키아’ 전체를 다채로운 시선으로 촬영한 사진을 비롯하여 300여 컷의 수집품 사진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사진집이다.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 자체가 복이었는지 혹은 액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지난 20여 년간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처럼 나의 세계도 정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역시 가끔씩 끓어오른다. 그리고 기포가 사라진 한참 후까지 지치도록 반추한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쓰고 또 쓴다.
일평생 무언가를 수집하며 허덕허덕 살았다. 혀를 차는 사람들에게 이건 유전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제 와서 되짚어보니 어쩌면 나는 물건을 모은 게 아니라 이야기를 모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추억을 연결하고 있는 실들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다.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필름 속을 걷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질문하는 책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밤은 책이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