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내밀한 인터뷰.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확고한 자신의 색깔을 지니고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한국 대표 영화감독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감독과 나눈 특별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영화 속 대사들에서 끌어낸 질문을 통해 감독들의 삶과 작품세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보는 독특한 형식과 원고지 약 3,000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통해 깊고 내밀한 내용을 선보인다.
이 책은 부메랑 인터뷰 시리즈 두 번째 권으로, 다루는 감독의 수는 전작의 절반으로 줄어든 대신 각 감독당 인터뷰는 700여 매에서 1,000매까지 더욱 길어지고 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는 단순히 질문과 답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독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파고든다.
이동진의 질문은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연출작 〈스토커〉나 1,300만 관객의 흥행 기록을 세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같은 신작뿐만 아니라 이명세 감독의 〈M〉이나 〈형사〉 등 대표작과 데뷔작까지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세 감독의 모든 작품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열광적인 반응을 모았던 이 작품들이 만들어진 과정과 감독으로서의 연출 의도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감독론’으로도 읽을 수 있다.
저 : 이동진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게 복(福)이었는지 혹은 액(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친 기간 동안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처럼 나의 세계도 정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역시 가끔씩 끓어오른다. 그리고 기포가 사라진 한참 후까지 지치도록 반추한다. 직업인으로서나 자연인으로서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나는 버텨내기 위해 쓴다. 쓰고 또 쓴다.
네 살 때 고향을 떠나 고향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내내 서울에서 자랐지만 이사를 자주 다녀 마음을 둔 곳이 없다. 동창회가 어색해서 가본 일이 거의 없기에 출신 학교들에 대한 소속감도 별로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여전히 이승우를 읽으며 여전히 타르코프스키를 본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1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을 아직까지 좋아하듯, 다시 10년이 지나도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좋아할 수 있기를. 그저 그럴 수만 있다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의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설립하고 깊이 있는 영화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는 한편 TV, 라디오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필름 속을 걷다』,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밤은 책이다』 등이 있다. 「금요일엔 수다다」, 「접속! 무비월드」,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동진의 굿무비」 등의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