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친구로 지내며, 누구보다 강태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경이 고개를 돌리며 더는 못 하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태훤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아니 그 말에 오히려 더 흥분한 것 같았다.
태훤의 아래에서 다시 흔들리며, 재경은 쾌락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꼈다.
미친 듯이 허리를 박아 대는 태훤의 눈빛이 이상했다.
이렇게 탁한 눈빛을 가진 애였나?
늘 총기 넘치고 맑았던 눈빛이, 아예 맛이 가 있었다. 정말 마약을 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 무서울 지경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았다. 힘들다, 너무 빠르다, 그렇게 애원해도 아예 안 들리는 사람처럼 굴었다.
한국말이 안 통하는 사람 같았다. 아니, 애초에 인간의 언어가 소용없는 동물이나 제3의 종족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정말 미친놈 같았다.
“그만, 그만 좀 해…. 미친놈아….”
입꼬리를 쭉 찢어 웃는 그 변태적인 미소를 보고 재경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
이를테면, 눈앞의 13년 지기 친구의 성벽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같은 거였다.
‘진짜를 건드렸다.’는 왠지 모를 불길한 기분 말이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저자 - 양과람
yangnlam@naver.com
〈출간작〉
음란한 취미생활. 음란한 소꿉장난. 음란한 바게트 빵. 음란한 노예계약. 이혼당할 준비 완료했습니다. 소꿉친구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