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독고태화. 그가 본사로 발령받은 날, 부하직원이라고 앞에 선 여자, 꿈에도 보기 싫은 여자는 분명히 연시은이었다. 감히 그를 호구로 알았는지 같이 잤다고 했던 여자였다.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그와 잤다고 우기는 여자 때문에 첫 시작부터 불편했다. 그런데 꿈에도 보기 싫은 여자여야 하는데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것이 불안하다. 거기다 같이 잤다는 말이 사실이었고 자신 때문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는 그녀를 사랑하고 말았다. 이젠 그녀와 다시 자고 싶기까지 했다. 그와 잤다고 우길 때 잡아 주지 못한 손을 다시 잡고 싶어졌다. “……그냥 좀 누워요. 그러고 앉아 있는 것이 날 더 힘들게 하니까. 약속……. 지키도록 노력해 볼 테니 제발…….” 그가 그녀를 꼭 끌어당겨 안고는 정수리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지켜보겠다고. 어떻게든 그녀에게 손대지 않고 버텨보겠다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가 지켜주지 않았으면 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시키는 대로 해주었으면 했다. 폭우가 내리고 있고 아무도 두 사람이 함께 낯선 곳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까……. 아니, 연희는 이 상황을 모를 테니까……. 그리고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니까 한 번쯤 명예롭지 못한 일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약속……. 지키지 말죠? 뭐, 사실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되니까. 그리고 그날 나보고 그때는 어려서 그랬다고……. 이젠 꽤 잘……. 그랬죠? 보여 줄래요? 얼마나 잘하는지” “!” 그의 놀란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은 것을 참았다.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것인지. ‘아무리 몸이 달아올랐다고 해도 그렇지. 여자가, 좀……. 넌 자존심도 없냐? 응?’ 민아가 그녀를 머리를 쥐어박으며 떠들어 댈 말들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가끔 궁금하긴 했다. 정말 그와 함께했던 기억이 고통뿐이었기에.